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AI는 말은 이해하지만 마음은 읽지 못한다

by 핑크마시멜 2025. 12. 18.

신경언어학이 밝히는 인간 언어와 감정의 연결 고리
AI와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온다. 말은 분명히 자연스럽고, 문장도 틀리지 않았는데 어딘가 허전하다고 느껴질 때다. 질문에 대한 답은 정확한데, 위로를 받고 싶을 때는 위로가 되지 않고, 공감을 기대했는데 그저 정리된 설명만 돌아온다. 기술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답변인데,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AI가 아직 덜 발전해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아주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AI는 언어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인간처럼 언어에 담긴 감정과 심리를 함께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언어를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두뇌와 감정이 함께 작동하는 복합적인 인간 활동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신경언어학은 바로 이 지점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두뇌가 언어를 어떻게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과 의미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힌다. 이 글에서는 신경언어학의 관점에서 인간 언어와 감정의 연결 고리를 살펴보고, 왜 AI는 말은 하지만 마음까지 읽지는 못하는지를 차분히 풀어보려 한다.

 

 

AI는 말은 이해하지만 마음은 읽지 못한다
AI는 말은 이해하지만 마음은 읽지 못한다

언어는 좌뇌에서 시작되지만, 감정은 그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언어 활동은 주로 좌뇌에서 담당한다. 말소리를 분석하고, 단어를 떠올리고, 문장을 구성하는 핵심 기능들은 좌뇌에 편재되어 있다. 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고, 실제로 좌뇌 손상 환자들이 언어장애를 겪는 사례를 통해 확인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언어가 좌뇌에서만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말을 이해할 때는 단순히 문장의 구조나 단어의 뜻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 말의 의도, 상황적 맥락까지 함께 고려한다. 이 과정에는 우뇌를 포함한 다양한 뇌 영역이 함께 관여한다.
예를 들어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억양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은 단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사회적 맥락을 처리하는 두뇌 영역에서 나온다. 인간의 언어 이해는 그래서 항상 감정과 분리될 수 없다.

 

브로카 실어증이 보여주는 말과 생각의 간극


브로카 실어증은 좌뇌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언어장애다. 이 유형의 실어증을 가진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말을 매우 천천히 하거나, 핵심 단어만 나열하는 식으로 발화한다. 문법적 형태소가 빠지고 문장이 단절되어 보이지만,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은 비교적 잘 유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감정과 의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은 어눌해도 표정과 몸짓, 상황 반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한다.
이 사례는 언어가 단순히 문장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말이 완벽하지 않아도 감정은 전달될 수 있고, 의미는 공유될 수 있다. 인간의 언어는 언제나 마음과 함께 작동한다.

베르니케 실어증은 브로카 실어증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보인다. 이 실어증은 좌뇌 측두엽 후반부에 위치한 베르니케 영역의 손상으로 발생하며, 환자들은 말을 매우 유창하게 한다. 문법적으로도 크게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말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내용어가 거의 없고, 엉뚱한 단어들이 이어지며, 질문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말은 넘치지만,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모습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언어를 산출하는 능력과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다르며, 의미와 감정이 빠진 언어는 공허하다는 점이다. 말이 유창하다고 해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AI와의 대화를 떠올린다. 문장은 자연스럽고 유창한데, 정작 마음은 전달되지 않는 느낌. 베르니케 실어증의 특성과 AI 언어 생성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이유다.

 

AI는 문장을 만들지만, 감정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AI는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매우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위로의 말도 할 수 있고, 공감하는 표현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감정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런 표현이 어떤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는지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할 때 자신의 감정을 실제로 느낀다. 슬플 때 나오는 말과 기쁠 때 나오는 말은 단어 선택뿐 아니라 억양과 속도, 침묵까지 달라진다. 이 모든 요소는 살아 있는 경험에서 나온다.
AI에게는 이런 경험이 없다. 그래서 감정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감정의 무게를 알지는 못한다. 미묘한 농담이 왜 상처가 되는지, 같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위로가 되고 어떤 상황에서는 부담이 되는지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차이는 기술이 발전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는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AI는 언어를 처리하고 문장을 생성하는 데 있어 놀라운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신경언어학이 보여주듯, 인간의 언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다. 언어는 두뇌의 여러 영역이 함께 작동하며 감정, 의도, 맥락이 얽혀 만들어지는 인간적인 활동이다.
브로카 실어증과 베르니케 실어증 사례는 말과 의미, 감정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말이 부족해도 마음은 전달될 수 있고, 말이 넘쳐도 마음이 없으면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AI는 말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을 읽지는 못한다. 그리고 어쩌면 바로 그 지점이 인간 언어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일지도 모른다. 언어는 계산이 아니라 공감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