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이제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다. 인공위성은 스스로 궤도를 계산하고, 탐사선은 지구의 명령 없이도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AI는 수천 가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 최적의 판단을 내리고,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우주 환경에 대응한다. 이런 시대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이렇게까지 기술이 발전했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걸까.
사실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일은 위험하고 비싸며 비효율적이다. 생명 유지 장치가 필요하고, 작은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순수한 데이터 수집만 놓고 본다면 무인 탐사선과 AI가 훨씬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계속해서 우주인을 훈련시키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에도 인간이 직접 우주에 가야 하는 이유를 기술적 관점, 과학적 관점, 그리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차분히 살펴보려 한다.

AI는 완벽하지만 목적을 묻지 않는다
AI는 매우 뛰어난 계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궤도 계산, 연료 최적화, 위험 예측까지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한다. 그러나 AI는 주어진 목표 안에서만 움직인다. 목표가 왜 중요한지, 그 목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스스로 묻지 않는다.
우주 탐사는 단순히 데이터를 얻는 행위가 아니다. 새로운 환경을 마주했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예상치 못한 현상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가치 있는지, 더 탐구해야 할 대상인지 판단하는 것은 아직까지 인간의 영역이다.
예를 들어, 우주인이 직접 달이나 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수행할 때는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관점을 바꾸고 실험 방향을 조정한다. 이는 사전에 설계된 알고리즘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판단이다. 인간은 관찰과 직관, 경험을 종합해 의미를 해석한다. AI는 계산하지만, 인간은 해석한다.
극한 환경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창의성
우주는 극한의 환경이다. 중력은 거의 없고, 온도 변화는 극단적이며, 작은 사고도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모든 상황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 실제 우주 임무에서는 계획에 없던 문제가 수없이 발생한다.
이때 인간 우주비행사의 가장 큰 강점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다. 장비가 고장 나거나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때, 인간은 즉석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상황 전체를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AI는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모든 예외 상황을 완벽하게 학습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인간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도 경험과 감각을 통해 대응한다. 이런 능력은 극한 환경일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우주에 간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상징이다
인간이 우주에 간다는 사실은 단순한 과학 실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인류가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가가린의 첫 비행, 달 착륙, 국제우주정거장의 운영은 기술적 성과이면서 동시에 인간 정신의 표현이었다.
만약 우주 탐사가 오직 AI와 무인 기계로만 이루어진다면, 그 성취는 과학적 기록으로는 남겠지만 인간의 역사로는 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인간이 직접 우주를 경험하고 돌아와 전하는 이야기에는 기술 이상의 감정과 의미가 담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경험,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우주인들의 증언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는 데이터로 대체할 수 없는 가치다. 인간은 단순히 우주를 관측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경험을 공유하고 해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AI가 우주 임무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면서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다. 인간은 더 높은 차원의 판단과 책임을 맡게 된다.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 어디까지 도전할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우주공학은 이제 기계만의 학문이 아니다. 기술과 윤리, 철학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분야가 되었다.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결정에는 과학적 필요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가치 판단이 포함된다. 이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이미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우주를 계산하고 제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인간을 우주로 보낸다. 그 이유는 우주 탐사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계산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찾는 존재다. AI가 길을 안내하더라도, 그 길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AI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우주로 향한다.
우주로 나아가는 발사체 위에는 최신 기술이 실려 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인간의 호기심과 용기가 함께 타고 있다. 그리고 그 점이, 우리가 아직도 우주에 직접 가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